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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8-31 01:49
우보천리(牛步千里/잠 11:3)
 글쓴이 : 조동호
조회 : 2,706  
새해 들어 첫 주일입니다. 하나님께서 97년 한해동안 여러분들에게 행복하고 건강하며 발전하는 큰복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97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 96년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많은 복을 받은 해였습니다. 특히 사랑의 교회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성장했던 해였습니다. 김영진 목사님과 노주택 장로님을 비롯해서 여러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해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랑의 교회와 소년의 집을 통해서 저에게 과분한 복을 주셨습니다. 훌륭한 교수님과 몸을 아끼지 않는 형제자매들을 만나게 해주셨고 또 함께 교회를 섬기는 영광을 주셨습니다. 또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후배들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랑의 교회에서 하고 있는 제 몫은 아주 작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올해도 성실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하고자 합니다.

97년은 정축년(丁丑年) 소의 해입니다. 소는 순박함, 근면함, 성실함을 상징 할뿐 아니라, 은근과 끈기, 여유를 상징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보천리'라는 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소는 비록 느리고 우직하지만, 끈기 있고 성실하고 정직하기 때문에 천리를 걷는다는 것입니다.

97 정축년을 설계하는 우리 신앙인들이 저와 함께 소에게서 몇 가지 배웠으면 합니다. 철학자 니체도 "사람은 소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 소처럼 온순하고 온화한 덕성(德性)을 키우는 정축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는 '우덕송(牛德訟)' 즉 '소의 덕을 기리는 노래'에서 소를 인도주의자로 표현했습니다. 소에겐 사자의 교만함, 호랑이의 엉큼함, 코끼리의 능글능글함, 기린의 바람끼, 여우의 간교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칼을 팔아 소를 산다'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있고, 동양의 신선도에도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가 자주 등장합니다.

성서는 온순하고 온화한 덕성을 모세와(민 12:3) 메시아의 성품으로(마 11:29) 설명하고 있고, 성령의 열매와(갈 5:23) 사랑의 속성으로(고전 13:4)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기업으로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마 5:5). 금년 정축년은 우리 모두가 소처럼 온순하고 온화한 덕성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빛과 소금이 되었으면 합니다.

둘째, 소처럼 말없이 묵묵히 일하는 성실성을 키우는 정축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토끼처럼 경박하고 조급하게 뛰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해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겠다는 우화가 있듯이 토끼 같은 시대에도 소같은 사람이 이깁니다. '우보천리'라는 말이 있듯이 성실하고 끈기 있는 소걸음(牛步)으로 서둘지 않고 유유자적하며 꾀부리지 않고 묵묵히 맡겨진 일을 해내는 정축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잠언 11장 3절에 "정직한 자의 성실은 자기를 인도하거니와 사특한 자의 패역은 자기를 망하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이 진실하다는 것을 압니다. 소처럼 불평없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끈기 있고 우직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은 느리지만 또는 늦지만 성공하는 반면, 여우처럼 잔꾀부리고 토끼처럼 조급하게 뛰는 사람들은 스스로 판 웅덩이에 빠지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제가 얼마간 거래했던 대흥인쇄소에 새로 주인이 바꿨습니다. 새로 주인이된 사람은 십대의 어린 나이로 이 인쇄소에 들어가 20년 넘게 불평없이 일한 사람입니다. 인쇄소 사장이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자녀들은 모두 대학 마치고 다니는 직장이 있었기 때문에 인쇄소는 20년 넘게 오로지 한 직장에서 충실하게 일했던 젊은 인쇄공이 무상으로 물려받았습니다. 사실 이 인쇄공이 물려받은 유형의 재산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대흥인쇄소가 수십년 동안 쌓아온 무형의 재산인 신용과 고객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새로 사장이 된 사람은 이 인쇄소를 실직적으로 떠맡아 일을 해온 사람이기 때문에 거래 고객들을 놓칠 염려없이 고스란히 넘게 받게 됨으로 명실상부한 후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20년의 성실한 노력이 그로 하여금 오늘이 있게 한 것입니다. 금년 정축년은 소처럼 불평없이 끈기 있게 신앙생활하고 가정 일하고 직장 일하고 공부하면서 십년 또는 이십년 후를 위해서 노력하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셋째, 모두가 제것 챙기기에 급급한 세태에 소처럼 남을 위해서 제몸을 바치는 겸손한 희생정신을 키우는 정축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소는 사람에게 노동력과 고기와 우유와 기름과 가죽을 제공합니다. 제사문화 특히 농경사회에서는 소가 신의 형상으로 받들어지기도 했고 큰제사의 제물로 바쳐졌으며 인간의 길흉화복을 알려주는 점술에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속담에 '밤 까먹은 자리는 있어도 소 잡아먹은 자리는 없다'고 했듯이, 소는 생전에 사람에게 노동으로 봉사하고, 죽어서는 살코기와 내장과 뼈와 가죽까지 제공합니다.

옛적부터 우리 조상들이 소를 생구(生口)라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말에 식구는 한 핏줄의 가족을 뜻하고, 생구는 한 집에 살면서 함께 먹고 사는 하인이나 종을 가리켰습니다. 소를 생구라 한 것은 소를 사람처럼 소중히 여겼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였는지 노비(奴婢)를 사고 팔 때에도 소 값으로 흥정을 했습니다. 20대 전후의 건장한 사내종은 황소 한 마리 값으로 계산했고, 건장한 계집종은 새끼를 잘 낳는 암소 한 마리 값으로 계산을 했다고 합니다.

시편 126장 5-6절에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둘 것이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 올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서 소처럼 성실하게 희생적으로 살다보면 그만큼 큰 값의 대우를 받고 사랑을 받고 인정을 받게 됩니다.

제가 다니는 경성스포츠 센터에 '우미회관'이란 이름의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회원이 있습니다. 이 식당은 일년 365일 휴일이 없을 만큼 대 성공을 거둔 식당입니다. 성공의 비결은 아주 간단합니다. 손님에게 가장 깔끔하고 가장 친절하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가장 싼값에 제공한다는 이들 부부의 신조 때문입니다. 이 간단한 이유가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불황을 모르는 이 식당의 성공의 비결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처음에는 잘하는 척하다가 돈 좀 벌게 되면 이내 불친절해지고 반찬이 줄어들고 맛이 떨어지지만, '우미회관'만큼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얄팍한 수단을 쓰지 않는 성실하고 정직한 노력, 희생적인 노력은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결국은 인정받게 되고 또 성공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97 정축년은 우리의 주인 되신 하나님께 더 열심히 헌신하고 사람들에게는 정감을 주는 복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넷째, 소처럼 새김질을 배워 만사를 차분히 반추하는 여유와 신중함을 키우는 정축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조선 선조(宣祖) 때의 재상(宰相)인 정탁(鄭琢/1526-1605)이 젊었을 때 일입니다. 벼슬을 하게 되어 스승인 조식(曹植)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자, "내 집에 소 한 마리가 있는데 갈 때 끌고 가게나"라고 했습니다. 스승의 집에 소가 없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터라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자, "자네가 언어와 의기에 너무 민첩하고 날카로워 날랜 말(馬)과 같아서 하는 말일세. 말은 넘어지기 쉬운 동물이라 더디고 착실한 것을 참작해야 비로소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므로, 자네에게 내 소를 끌고 가라 한 것이네."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조식이 정탁에게 준 것은 '마음의 소'였던 것입니다.

정탁은 이 마음의 소를 항상 끌고 다니며 처세하였기 때문에 과분한 정승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자제들에게 이 마음의 소를 대대로 물려 갖도록 유언했다고 합니다. 97 정축년에는 소처럼 만사를 차분히 반추하는 여유와 신중함을 위해서 마음의 소를 키우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성경에서도 새김질하는 소를 깨끗한 짐승으로 먹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금년 한해를 말씀 안에서 새김질하고 생활 안에서 새김질함으로써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서 깨끗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정축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섯째, 97 정축년은 언덕빼기 오르는 소처럼 정력적이고 끈기 있는 힘으로 힘차게 우리의 삶을 차고 나가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번 품은 포부와 꿈을 당차게 끌고 가는 저력을 키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강철왕 카네기는 미국의 철강산업의 대부라 불릴 만큼 크게 성공한 사람이지만 어린 시절 카네기는 가난뱅이의 아들로 태어나 밤낮없이 소처럼 일한 사람입니다. 그는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일인자가 되겠다"는 뚜렷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이 신념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카네기는 열두 살 때에 방직 공장에 취직해서 최고를 목표로 노력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우편 배달부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카네기는 세계에서 제일 가는 우편 배달부가 되겠다고 결심을 했고 열심히 집주소와 문패를 외웠습니다. 그 결과 카네기는 전신 기수로 승진이 되었습니다. 카네기는 그 일에도 세계 제일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파른 언덕길을 오른 카네기는 결국 철강산업의 일인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의 본문, "정직한 자의 성실은 자기를 인도하거니와 사특한 자의 패역은 자기를 망하게 한다."는 잠언 11장 3절의 말씀 그대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과 교활하고 교만한 자들이 실패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사람도 있지만, 감옥에 가있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바로 자기 꾀에 빠진 교활하고 교만한 자들입니다. 여우같이 교활하고 쥐처럼 신속하고 다량 생산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것 같지만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듯이 황소 같은 우직하고 성실함이 쥐같이 신속하고 교활함을 이깁니다. 그래서 세태는 바꿔도 성실이 교활을 이기고 정직이 부정을 이깁니다.

이규태가 소개하는 퐁테느의 [우화(寓話)]에 보면, 쥐란 놈이 소 앞에 가서 지는 쪽이 뺨을 맞기로 하고 겨루기를 청합니다. 빨리 달리기에서 소가 지고서 한 대 얻어맞고, 꾀 겨루기에서 소가 져 두 대 얻어맞고, 새끼 낳기에서 소가 져 세 대를 얻어맞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면, 소같이 우둔한 내가 쥐같이 꾀 많은 정치꾼들에게 당했던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있어서는 내가 그들을 이겼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업자득의 업보를 겪었고 또 겪고 있으며, 앞으로도 겪게될 것입니다.

현대기술과학문명은 매우 신속하게 발전되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전에 선보인 XT컴퓨터가 작년에 686급까지 선보이더니 금년 말에는 586펜티엄보다 5배가 빠른 786컴퓨터가 나온다고 하니 과학의 빠른 발전속도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생살이는 과학과 다릅니다. 우보천리, 소걸음으로 천리를 걷겠다는 각오로 정축년을 시작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금년 한해 복 많이 받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성도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