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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 사는 백성이 임금을 보고야 믿사오리까(요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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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조회 8,930 2003.06.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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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 사는 백성이 임금을 보고야 믿사오리까(요 20:29)

[성만찬 명상문]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요 20:29).
1839년(헌종 5) 기해년(己亥年)에 있었던 천주교 박해 때 피살된 순교자의 전기를 수록한 책인 ꡔ기해일기ꡕ(순교자 현석문이 저술함)에 강원도 강촌(江村)에서 태어나 9세 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한 22세의 처녀가 4월 11일 체포되어 온갖 고문과 협박을 참아내고, 형관의 심문에 비유와 논리가 정연한 대답으로 일관하다 7월 20일 서소문밖 형장에서 참수형을 받아 순교한 사람이 있어 소개합니다.
포졸이 그녀를 잡아가니, 종사관이 대략 묻고 홍사(紅絲, 붉은 오랏줄)로 결박하여 올리니, 포장이 문왈, “너 저만치 낮은 계집이 천주학을 한단 말이냐?” 답왈, “과연 하나이다.”
“이제라도 말만하면 살리라.” “그리 못하나이다.”
“형벌을 중(重)히 하여도 그리하겠느냐?” “장하(杖下, 매 맞아)에 죽사와도 우리는 공경하는 천주(天主)는 배반치 못하나이다.”
“네가 배반치 못하는 연유를 아뢰라.” “천주(天主)는 천지(天地) 신인(神人) 만물(萬物)을 화성(化成, 지으시고)하시고, 재제(裁制, 다스리시고)하시고, 상선(賞善) 벌악(罰惡)하시는 대군대부(大君大父)이시라. 만 번 죽어도 배반치 못하나이다.”
“뉘게 배웠으며, 몇 살부터 행하였으며, 당(교인)은 얼마나 되며, 시집은 어찌하여 아니 갔으며, 영혼은 무엇이며, 죽기가 무섭지 아니하냐?” “아홉 살부터 어미에게 배웠사오며, 당은 죽사와도 못 대옵고, 나이 20세가 많지 아니하옵고, 또 처자가 대답할 바가 아니오며, 영혼은 눈으로 보지 못하는 신체(神體)요, 죽기는 무섭건마는 살려고 하면 천주를 배반해야 하는 고로 무서워도 죽으려하나이다.”
“영혼이 어데 있느냐?” “육신에 가득하나이다.”
“네가 천주를 보았느냐?” “원방(遠方, 먼 곳)의 백성이 임금을 보고야 믿사오리까? 천지만물을 보고 조성(造成, 만드신)하신 대군대부를 믿나이다.”
무엇이 가냘픈 한 여인을 이토록 강하게 만든 것일까요? 목숨을 아끼지 않은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이 점을 묵상하시면서 주의 만찬에 참여하시기 바라며, 이 험난한 세상을 이길 힘과 용기를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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