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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로마서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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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조회 9,303 2003.05.0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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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로마서 5:8)
[성만찬 명상문]
「몽실언니」의 저자인 권정생이 69년에 발표한 「강아지 똥」이란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은 “돌이네 흰둥이가 누고 간 똥입니다”로 시작되는데, 골목길 담 밑 구석자리에 있는 강아지똥이 바로 앞 소달구지 바퀴자국 가운데 뒹굴던 흙덩이의 친구가 됩니다. 참새도 암탉도 모두가 다 더럽다고 “퉤퉤”하면서 피해가는 강아지똥에게 흙덩이가 위로의 말을 합니다.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거야.”
길고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을 치장하는 단비가 촉촉이 골목길을 적시자 강아지똥 바로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하나 돋았습니다. 자기만은 아무짝에도 쓰일 데 없는 존재라며 슬픔에 잠긴 강아지똥에게 민들레 싹이 말합니다. “네가 거름이 되어 줘야 한단다. 너의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서 예쁜 꽃을 피게 하는 것은 바로 네가 하는 거야.”
사흘 동안 내린 봄비에 맞아 강아지똥은 온 몸이 자디잘게 부서졌습니다. 땅속으로 모두 스며들어가 민들레의 뿌리로 모여들었습니다. 줄기를 타고 올라와 꽃봉오리를 맺었습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는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습니다.
여기서 강아지똥은 버림받아 죽고 많은 사람을 살리신 예수님을 말한 것일 수도 있고, 저자 자신을 말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권정생은 거지로 결핵환자로 교회당 사찰로 67평생을 불행 속에 살아오면서도, 민들레꽃을 위한 강아지똥처럼, 민초를 위한 밑거름이 되어야 하리라는 심정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물과 피를 쏟으시고 죽어 사흘간 무덤 속에 계실 때 그의 육신은 상하고 부서지고 썩어져 민초들의 구원을 위한 밑거름이 되셨습니다. 새 생명의 밑거름이 되셨습니다. 주님의 죽으심은 우리의 사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쓸데없는 물건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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