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2102: 이스라엘의 율법, 살인(출 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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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 이스라엘의 율법, 살인(출 21:12-17)
출애굽기 21장 1-11절이 생명과 인격을 보존하는 노예법 규례였다면, 본문 12-17절은 생명과 인격을 말살하는 사형에 관한 규례이다.
이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제5계명과 “살인하지 말라”는 제6계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다.
십계명은 하나님과 관련된 네 개의 계명이 나온 후, 인간과 관련된 여섯 개의 계명이 나온다. 제5계명,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인간과 관련된 여섯 개의 계명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오는 계명이다. 제6계명, “살인하지 말라.” 제7계명, “간음하지 말라.” 제8계명, “도적질하지 말라.” 제9계명,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라.” 제10계명,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이들 6부터 10까지의 계명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모공경이다. 십계명은 인간과 관련된 여섯 개의 계명 가운데 부모공경을 제일 먼저 언급하였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모공경이고, 간음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모공경이고, 도적질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모공경이고, 거짓증거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모공경이고, 이웃의 것을 탐내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모공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약법전은 인간과 관련된 그 어떤 일보다 우선되어야할 일이 부모를 공경하는 일이고, 인간과 관련된 모든 악행들보다 가장 나쁜 것이 부모를 때리거나 저주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십계명은 부모공경을 인간과 관련된 여섯 개의 계명 가운데서 가장 먼저 언급하였고, 이에 언약법전은 부모를 때리거나 저주하는 자를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하였다.
본문에서 사형에 해당되는 죄가 크게 네 가지로 나온다. 타인을 살해한 죄(12-14절), 부모를 때린 죄(15절), 유괴죄(16절), 그리고 부모를 저주한 죄(17절)가 그것들이다. 이 네 가지 사형에 처할 죄들 가운데 절반인 두 가지가 부모에 대한 것이다. 이로 보건데, 출애굽기 20장의 십계명과 21장의 사형에 관한 언약법전 규례는 인간과 관련된 그 어떤 행위보다 부모공경이 가장 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본문에서 살인은 고의적인 살인(12절), 하나님의 대리자로서의 살인(13절), 실수로 인한 살인이 있다. 고의적인 살인일 경우는 반드시 죽이라고 했고, 하나님의 대리자로서의 살인과 실수로 살인한 경우에는 지정된 도피성에 피신하여 ‘피의 복수자’(고엘하담)로부터 피의 보복을 당하지 않게 하였다. 민수기 35장 11절은 “너희를 위하여 성읍을 도피성으로 정하여 부지중에 살인한 자가 그리로 피하게 하라.”고 명하고 있다.
모세의 율법에서 정하고 있는 사형제도는 악인을 징벌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다만 강경한 처벌을 통해서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하고
억제하며 선량한 백성을 보호하고, 부모 공경심을 높이려는 데 있다.
참고로 모세의 율법에 제시된 형벌의 종류를 보면, 상해의 경우는 동일하게 보상하거나(레 24:19, 신 19:21) 재판관의 판단에 따라서 40대까지의 태형을 가할 수 있다(신 25:1-3). 그리고 유산을 시키거나 도둑질한 경우와 가축을 죽인 경우에는 금전으로 배상하게 하였고(출 22:1-15), 간음(신 22:21-24)하거나 안식일 법을 어긴 경우(민 15:32-36),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행위(레 20:2)와 주술을 행하는 행위(레 20:27)는 돌로 때려죽이게 하였다. 또 우상숭배자(신 17:1-7)와 피를 보수하는 자의 친척복수의 경우 칼로 죽이고(민 35:19-21), 장모강간과 행음한 제사장의 딸은 화형에 처하게 하였다(레 20:14, 21:9). 그밖에 사형에 해당되는 죄목에는 살인, 부모모욕과 부모구타, 신성모독, 안식일 법 어김, 주술, 거짓 선지자, 간음, 음란, 강간, 근친상간, 비정상적 성행위, 유괴, 우상숭배, 거짓 증거가 있다.
사형제도 자체는 매우 잔인한 것이고, 특히 여러 사람이 집단으로 돌로 때려죽이는 것은 매우 야만적인 행위이며, 살인이 아닌 부모모욕과 부모구타, 신성모독, 안식일 법 어김, 주술, 거짓 선지자, 간음, 음란, 강간, 근친상간, 비정상적 성행위, 유괴, 우상숭배, 거짓 증거에까지 사형에 처하는 것은 하나님의 직접통치하에서만 가능한 것이지만, 구약율법에서의 사형제도는 당대 사회질서실현과 정의구현에 필요한 하나님께서 잠정적으로 원하셨거나 허용하시고 히브리인들이 지키기로 약속한 언약법전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사형제도를 하나님의 명령으로 받아드린 구약율법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는 사형제도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과 그대로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광복이후 1634명이 사형으로 처형되었다. 이 가운데서 1949-50년 국가보안법 사범과 6.25전쟁시절을 제외하면 902명이 사형을 받았다. 1998년 이후부터는 사형 집행이 없었고, 2018년 2월까지 대기 중인 사형수는 61명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 세계 197개국 가운데 법률적 또는 실질적 사형제도 폐지국이 165개국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6개국은 사형제도 폐지국이고, 51개국은 실질상 폐지국들이며, 6개국은 특수상황제외 폐지국이고, 2개국은 유지와 폐지 혼용국이다. 사형제도 존치국은 32개국에 불과하다.
“살인하지 말라”는 제6계명을 제정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또 사형제도를 허용하신 분도 하나님이시다. 그렇다면 살인과 사형은 다 같이
사람의 목숨을 끊는 것이면서도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인하지 말라는 것은 개개인에게 생명의 존엄성을 들어서 무고한 생명을 끊지
말라는 것이고, 사형제도를 허용하신 것은 국가에게 생명의 존엄성을 해친 자들에게 응당한 형벌을 가하여 경각심을 고취하고, 범행을 예방하며
억제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백성 개개인에게 주신 계명이고, “사형에 처하라.”는 계명은 국가기관에게 주신 계명이다.
이것을 모르게 되면, 백성 개개인을 정의의 실천자로 착각하게 되고, 국가를 사랑의 실천기관으로 착각하게 된다. 정의는 국가가 법 앞에서 모든
백성에게 공평하게 이뤄야할 책임이고, 사랑은 백성 개개인이 이웃들에게 실천해야할 책임인 것이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는 예수님의 말씀은 신앙인 개개인이 실천할 일이지 국가가 실천할 일이 아니다. 신앙인 개개인은 사랑실천에 힘을
쏟아야하지만, 국가는 정의실현에 힘을 쏟아야 한다. 개인이 정의를 실현한다고 함부로 보복을 해서는 안 된다. 이 또한 법에 저촉된다. 개인은
어떤 경우에도 정의실현을 핑계로 사람을 죽이거나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모세율법시대에는 ‘고엘하담’이라고 해서 살해된 자의 가장 가까운
친족이 피의 보수자가 되어 보복을 하도록 허락하였지만, 국가의 법이 잘 만들어진 오늘날에는 어떤 경우에도 개인의 보복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보복은 국가가 개인을 대신해서 법대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의 법은 국민에게 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범죄를 막음으로써 선량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도구인 것이다.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살인은 인류가 허용할 수 없는 죄”라는 점이 사형제를 통해 명시화 되며, 오판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을 통한 사형판결과 시행을 통해 개인적인 보복의 악순환을 막을 뿐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불가피한 조치”가 된다. 교육적인 관점에서 볼 때, 흉악범을 처형하는 것이 범죄를 억제하며 예방하는 효과를 갖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형제도는 “인류의 축적된 경험”에 근거하고 있으며 죄와 악이 실재하는 이 세상에서는 불가피한 제도로서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볼 때, 사형수를 죽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복역시키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은 매우 크다.
예수님은 십계명과 율법의 대강령이 사랑이라고 하셨다. 십계명은 우리 신앙인들이 사랑으로 실천해야할 개인에게 주신 계명이다. 위로 하나님을 사랑으로 섬기며, 부모님을 사랑으로 공경하며, 이웃을 사랑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선량한 시민의 안녕을 위해서 범죄억제와 예방에 힘쓰며, 법집행을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죽임의 일을 멈추고 살림의 일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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