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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05 18:53
장성우 목사 자전적 에세이(27-32)
 글쓴이 : 조동호
조회 : 3,255  

장성우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27): 대전역 노숙자 후원 -중부그리스도의교회 중심-

노숙자 사역을 하는 중부그리스도의 교회가
야외에서

복지국가를 이루겠다는 오늘날 노숙자의 친구는 누구인가?. 사회복지사, 그리고 낮은 곳에서 어려움을 감당하는 사람들에게 노숙자에 대한 대책을 국가가 제시했으면 한다. 내가 노숙자 사역을 하던 시기에는 복지대책이 미급하였으나 현재는 많이 개선된 면이 있으나 약한 자의 입장에서 더욱 깊이 생각해야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추상적인 해결책이나 행정전시용으로 만들어지는 대책은 노숙자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론적이거나 형식적인 통계보다는 피부로 느끼는 노숙자 대책을 위하여 몇 가지 사례를 쓰고자 한다. 내 평생에 잘한 일중의 하나는 2002년 4월 1l일 ‘노숙자를 위한 교회’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학대학 교수로 21년 동안 재직하고 정년퇴직하여 연금을 받게 되어, 일평생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받은 사랑에 어떻게 보답할까 생각하던 중 퇴직금 중 일시불로 받은 돈으로 노숙자를 돕기로 했다.

대전역에는 노숙하는 사람이 많았다. 노무현, 이명박 두 정부를 거치면서 10년간에 노숙자와 같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이 많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노숙자들이 길거리에서 노숙을 해도 특별한 대책이 없고 별로 돌보는 손길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을 돕고 한사람 한사람 재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로 했다. 이들을 물질적으로 돕다가 생각한 것은 물질적 후원은 잠시적인 것이고, 정신적으로 강해지도록 신앙적 성장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대전 중리동에 ‘중부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우고 물질적으로 도와 가며 신앙교육도 겸하기로 했다.

‘행여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을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든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 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 아이만이 아니다. 50 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 공원의 긴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 춤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 소주를 벗 삼아 물마시듯 벌컥 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 일 뿐..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 하겠노라 이를 깨물든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2010년 5월 22일자 조선일보에서)

‘가난은 나랏님도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다. 선진국인 나라에서도 홈리스(homeless) 문제는 있다. 거리를 방황하는 노숙인은 어디를 가거나 있는데, 과거에는 낭만적인 정서를 가진 집시나 히피족이 있었으나, 현대의 노숙인은 그러한 낭만과는 거리가 먼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아픈 삶을 사는 사람이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신의 은총이라’ 했다. 노숙하는 이들이 고민하고 자책하기 전에 작은 것에서부터 손을 내밀어 잡고 일어서도록 돕는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중부그리스도의교회에서 추수감사절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신감을 잃은 그들에게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가족 품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같이 살도록 도와서 새로운 인생으로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아서 노숙자들은 집단 노숙인 숙소에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생활이 보호되는 주거지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료지원이 필요한 노숙자들은 결핵, 당뇨 등의 만성 질환에서 특별한 의료지원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목욕, 이발소, 보건소, 순회 진료 시설 등을 제공하고 있어서 노숙자 대책이 잘되어 있다. 우리도 지금은 많이 개선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노숙자 사역은 쉽지 않다. 재정적인 문제이다. 후원자를 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노숙자들을 관리하기란 어렵다. 여러 가지 사역 중에서 노숙자 사역은 쉽지 않은 사역이다. 계속적으로 이 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감사한 것은 2012년에 서울시가 노숙인 시설환경개선 예산을 4배 이상 늘려서, 13억1500만원을 투입해 시설개선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이는 지난 해 같은 사업 예산규모가 3억 원이었던 것을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시는 2억2400여만 원을 투입해 시립노숙인시설의 주방과 침실을 개보수하고 화재예방시설을 보강하고, 법인·개인시설에도 2억500여만 원을 투입해 시설 방수와 화장실 개보수 작업을 한다. 지난해까지 개인·법인시설의 경우 긴급사항이 아니면 지원이 제한돼 왔다. 나머지 8억8500만원은 양평쉼터 건물 개축과 노숙인시설의 임차비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이번 시설개선사업으로 노숙인이 보다 안정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며 "노숙인 지원 사업이 이들의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중부교회에서 노숙자를 도와주는 일을 하는 동안 이성헌 장로 내외, 홍수의 권사, 유지숙 권사 등, 정신적, 물질적으로 협조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어느 노숙자의 고백

내가 노숙자가 되던 날
그날은
모두가 나를 버린 날입니다
내 이름 '김한수'도 잃어 버린 날입니다

나의 얼굴도, 삶도, 친구도 없어졌습니다
나도 학교 동창들이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동창생을 만날까 봐
얼굴까지 모자 깊게 푹 눌러 쓰고 다닙니다

갈 곳 없어 역전을 떠돌다가
밤이 되어 지하철에서
판때기 깔고 누워있는 선배 노숙자에게 물었습니다
" 여기서는 어디에 누워서 자면은 되느냐?" 고요
" 아무 대나 자리 깔고 누워서 자라" 하기에
그 이후에 자연스럽게 나는 지하철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모두가 나를 버린 날
돈도 없고, 집에 들어갈 면목도 없어서
꿈에도 그리는 가정을 멀리 두고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떠돌이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나를 보고 멀쩡한 사람이 얻어먹느냐고 손가락질합니다

그러나 나는 영혼이 병든 사람,
누구도 만날 수도, 믿을 수 없는 떠다니는 사람
노숙자란 이름이 제격이 된 사람입니다
당신이 시인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것처럼

나는 노숙자
모두에게 버림받은 노숙자입니다
돌아갈 곳도, 사랑하는 사람도 잃어버린
내 이름은 노숙자입니다
모두에게 큰 빚을 진 나그네
가슴 아픈 삶을 사는 노숙자가 내 이름입니다.

 

장성우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28): 중부그리스도의교회와 노숙자의 이야기(1)

야외예배를 드리는 중부그리스도의교회의 모습

다양한 간판이 어지럽게 걸려서 색깔도 요란한 모습으로 뻐끔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복잡한 도시의 중심가에 분주하게 오고 가는 하루가 시작되는 역전, 기차를 타고 내리는 역 광장에는 아침부터 가늘게 가랑비를 뿌리는데,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바닥에 누워있는 술에 취해 있는 역전의 노숙자를 돌보고 있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 옆에서 항상 도와주던 김상식이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내게 다가와서 같이 갈 데가 있으니 함께 가자고 한다.

김상식은 역전에서 만난 지 꽤 오래되었는데, 사기꾼에게 걸려 몇 푼 안 되는 돈을 받고 회사에 이름을 빌려주고, 바지사장을 하다가 그 사람이 부도내고 도망을 쳐서 몽탕 빚을 떠안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인사불성인 누워있는 노숙자를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로 옮기고 역전 노천시장을 지나서 한참을 걸어서 과거 창녀촌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을 손을 잡고 무조건 끌어들이던 침침한 골목을 지나서 천변으로 갔다. 달랑 함석으로 작게 만든 판자 옆에 긴 골목과 연결된 나뭇가지로 촘촘히 엮어서 만든 엉성한 움막 속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어벙벙하고 좀 모자라는 김상식이 "밤이면 여자귀신 소리가 들려요, 귀신이 사는 곳인가 봐요. 목사님은 귀신도 쫒으신다면서요?" 대낮인데도 컴컴하고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고 사방에 쓰레기가 널려 있어서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하고 머리끝까지 소름이 싹 끼친다.

슬슬 따라 들어가니 입구를 막아 놓은 거적때기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안에 누구 계시오?”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무 인기척도 없다. 혹시나 하고 거적문을 제치고 들어가니 캄캄한 헛간 같은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으흐흐흐, 으흐흐흐” 신음소리가 들린다. 불도 없는 희미한 공터에는 머리를 산발하고 눈에서 파란빛을 품는 여위어서 뼈만 앙상한 귀신모습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내가 물었다. ‘당신 누구시오?’ “누구야, 왜 함부로 남의 집에 들어와서 지랄이야!” “나요, 목산 데요” “묵사, 묵사가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 행패야, 당장 꺼져” 목이 쉬어 무슨 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싸늘하게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판자 속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방 안을 한참을 살펴보니 낡은 이불을 쓰고 앉아 있는 여자모습이 꼭 귀신같아 으스스하다. 세상에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다니, 몰골이 처참하다.

정신을 차려 자세히 보니 방 안에 사람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해서 도저히 코를 들고 있을 수가 없다. 머리와 얼굴은 얼마동안을 안 닦았는지 땟국물이 주루룩 흐르고, 도저히 사람으로 봐줄 수 없는 참혹한 모습이다. 한참을 실갱이를 하다가 앉아서 사연을 듣고 보니 기가 막히다. 남편은 일찍 죽고 자식 둘이 있는데 한명은 행방불명이고 한명은 교도소에 가 있는데, 여자 혼자서 당뇨병을 오래 앓아서 발이 썩어서 지독하게 냄새가 나고 있었다. 발을 보니 뭉그러지고 썩어서 고름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인간이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정말 거짓말 같은 사실이 세계경제 대국이라는 대한민국 백주에 일어나고 있다니.., 아무도 돌보지 않는 슬픈 영혼이 귀신처럼 도시한가운데 앉아서 울고 있다니... 부익부 빈익빈이라지만 이런 일이 세상에 있다니... 지금은 1588번을 돌려 호소하면 고통 하는 사람에게 상담자가 된다는데, 아니 그런 전화가 있다하더라도 외롭게 버려진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슬픈 영혼이 외로움에 떨고 죽어가고 있다면..., 그래서 가까운 주민센터 사회복지담당자에서 전화를 해서 “당신 동 관할에 이런 불쌍한 사람이 살고 있는데 치료도 못하고 정부의 도움도 못 받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버려두고 있어도 되겠는가.“ 하고 따졌더니 그런 사람은 자녀가 있어서 구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에 이것은 책임회피라고 당장에 오라고 호통을 치니 달려 왔다. 이리저리 관계기관에 연락을 해서 시에서 운영하는 시립무료병동에 입원을 시키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참 외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2002년 4월 12일 일기에서)

고난이 숙명처럼 와도

하늘은
인간에게 고난의 시간을 건너도록 숙명 지워다
그래서 모두는 절망하고 괴로워한다
 

각자마다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그것이 명예를 위한 것이온지,
재물을 위한 것이든지,
인간을 사랑하려는 것이든지

모두 다 거친 파도가 몰아닥칠 때마다
십자가의 고통 속의 예수 그리스도처럼
인간이 지닌 모든 아픔과 고통의 절망을 참아야 했다

긴 세월, 모든 인간이 이 처절한 싸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인간의 처절한 싸움을 보다 못해
손수 종의 허울을 쓰고, 슬픈 땅에 하강하신 그리스도
슬프게 살아야 하는 불쌍한 영혼에 던져진 의로운 제물이었다
그 밤에 별도, 산천도 슬픔에 젖어 외롭게 울고 있었다

고통의 밤, 육신을 흔드는 적막한 아픔
안쓰럽게 살아야 하는 인생에 종된 예수의 따뜻한 체온이
죽음을 넘어와 슬프게 떨리는 우리의 영혼을 만져주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밀물처럼
역사와 영혼에 지금도 고난의 물줄기를 타고 흐르고 있기에
우리의 영혼은 고난을 당하신 현장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역사의 진실 앞에 서 있다

오직, 그리스도에게만
정의롭게 죽을 수 있는 사랑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우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29): 중부그리스도의교회와 노숙자 이야기(2)

야외예배에서 친교를 나누고 있다

1997년 말 경제위기이후 노숙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이전에는 노숙자 대신 부랑인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해 왔다. 우리는 섬기는 ‘거지’를 ‘나사로’ 불러 왔다. ‘나사로, 나사로,’ 하며 섬기고 있다.

‘나사로라 이름 하는 한 거지가 헌데 투성이로 그의 대문 앞에 버려진 채 그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불리려 하매 심지어 개들이 와서 그 헌데를 핥더라’ (눅16:19)

내가 만난 사람 나사로들은 하나 같이 착한 사람들이다. 환경으로 인해서 나빠진 구제할 수 없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나는 남의 이야기를 잘 믿는 사람이라 자주 이들에게 속는다. 그러면 주위에서 ‘교수님 같이 여리고 순진한 사람이 어떻게 저들을 돕는지 몰라...’하고 웃는다. 나도 오랜 시간 그들을 돕다 보니,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사로의 왕초가 되어서 나를 그들이 인정하여, 나를 속여 먹으려 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신 그들이 와서 야단을 치고 큰 일 난다. 우리 사회가 복지사회가 되어서 이런 사람들을 잘 보살펴서 고통을 나누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다.

오랫동안 역전에서 노숙자를 만나다 보니 이젠 누가 노숙자인지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무조건 앉아서 잠을 자는 노숙자를 역전감시원들은 잘도 알고 계속 쫒아 내고 있다. 노숙자의 얼굴이 알려져서 일반 승객의 불편을 주면서 역대합실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 있지 않도록 감시원들이 역에서 정리를 하고 있다. 혼자서 역전대합실에서 멍하니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앞으로 가보니, 병색이 얼굴에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걸었더니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자기는 3개월 시한부 삶을 산다는 판정을 받은 폐암환자인데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가출하여 갈 곳이 없어서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얼굴을 보니 초췌하고 아픈 기색이 역력한 환자였다. 숨을 가프게 쉬면서 무표정한 얼굴에는 삶 자체를 포기하고 그냥 멍하니 초점 잃은 눈동자를 굴리며 앉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걱정하는 가족을 생각해야지, 이렇게 나와 계시면 되겠습니까” “뭐, 나야 있으나 마나한 몸인데,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빨리 죽고 싶은데 죽을 수도 없고 그러니 이렇게 지내지요” 하고 한숨을 쉰다.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 기아대책에서 추천한 무료로 치료를 해주는 한의원에 전화를 걸어서 원장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일단 데리고 와 보라는 것이었다. 데리고 한의원에 갔더니 폐암으로 병이 깊다는 것이었다. 원기를 보강해 주는 몇 가지 한약을 받고 나와서 내가 잘 아는 기도원에서 쉬도록 했다. 그곳에서 쉬던 이 노숙자는 점점 병이 깊어져서 정신이 가물가물해지고 혼미상태가 계속되어 시골에 있는 집에 연락을 해서 자녀들이 데리고 집으로 갔다. 몇 일후 돌아가셨다는 통지를 자녀들이 나에게 해주면서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깊은 병에 걸렸을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마지막을 보낼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오래전부터 호스피스 운동에 참여하면서 인간이 마지막을 아름답게 죽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중병이 들어서 가족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고 나와서 노숙자 생활을 하다가 간 분을 생각하면 그 지경이 된다면 나는 어떻게 처신할까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20여 년 전에 호스피스 운동을 할 때만 해도 모든 사람들이 그것이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는데 이제는 많이 알려지고 서울 성모병원에는 호스피스병동을 따로 두고 있어서 말기 암환자를 돌보고 있다. 앞으로 종교기관에서는 이런 복지시설을 확장하면서 호스피스병동이 정착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왜 노숙을 합니까  

왜 노숙을 합니까
"네놈이 노숙하는데 보태준 게 있어, 이 망할 놈아-"
이분은 목사님이십니다
" 목사, X 같은 놈..잘 났다, 잘 났어."

곤드레만드레 된 노숙인이 행패를 부린다
아니, 분풀이를 맘껏 퍼붓는다.
 

전셋집을 담보로 빚을 내어서
분식점을 차렸는데
2년 만에 원금 다 까먹고, 사업도 망해서
부인과 아이들은 친정집으로 보내고,

몇 번이나
처가에서 돈을 끌어내어
사업을 하다가 이 꼴이 됐으니
따라갈 수도 없어 노숙인 생활을 한단다

목구멍까지 꽉 찬 분노
모든 것을 자포자기 한
술 취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걸었다가
구경꾼들이 몰려드는 앞에서 주정에 망신을 당한다.

그래,
누가 저의 아픔을 받아 주랴
정부가, 친구가, 이웃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가
나도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는데
나만이라도 분풀이를 아무 소리 말고 받아줘야지..

집사님은 술주정을 말리지만
손을 흔들며 가만히 있으라 하고
끝없는 분노에 찬 발악을 듣고 있다
나도 어느새 복받치는 서글픔과 눈물로 할 말을 잃고 있다
인생이 살아간다는 것이 왜 이다지도 힘든지, 정말 모르겠다.

 

장성우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30): 중부그리스도의교회와 노숙자 이야기(3)

 

누가 이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것입니까? 하루는 역전에서 일하는 구세군 사회봉사팀의 노숙희 (가명)자매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느 여인이 역전을 방황하다가 찾아 왔는데, 자기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으니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노숙희 자매는 사회복지를 전공한 제자인데, 사회봉사에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제자이다. 급히 가서 만났더니 그 여인은 거의 정신을 잃고 있었다. 집을 가출한 후에 나쁜 사람들의 꼬임에 빠져서 사창가에서 지내다가 빠져나온 여인이었다.

이곳 역전도 그들의 마수가 뻗혀 있는 곳이라 급히 차에다 태워서 여성재활쉼터에 연락을 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사실 이런 사역을 하자면 네트워크가 잘 되어서 상호 돕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담소를 운영하는 이오희(가명) 소장도 가정에 폭력문제로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을 돕고 있는데, 나도 몇 시간씩 상담을 돕다 보면 법률자문을 받을 필요를 느껴서 고문 변호사에게 법률적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재활센터에 그 여인을 넘기고, 앞으로 모든 일은 그곳에서 잘 선도하겠거니 하고 안심하고 있었다. 노숙희 자매가 급히 보자고 해서 가서 만났더니 재활센터에 맡겨진 그 여인이 행방불명이 되어 몇 일간을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는데, 허름한 시골 빈터에서 목을 매어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사정을 알고 보니 포주들이 있는 장소를 추적하여 계속 위협을 해서 몰래 빠져 나가서 자살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정말 모두가 도와준다고 자처하면서 이 가련한 여인 하나를 보호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다니.., 가슴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역전에서 신명숙(가명)이란 여자노숙자를 만났는데, 옆에 가면 비릿한 냄새가 나고, 오랫동안 목욕을 하지 않아서 냄새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아무리 돈을 주고 권해도 목욕 하지 않는다. 그리고 밥을 차려도 수저도 놓지 않고, 그냥 앉아 있다가 밥을 먹는다. 도대체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얻어먹고 산다. 눈치코치도 없이 막무가내다. 그래서 “일을 해요, 일을..” 하고 말을 하면 “나는요, 본래부터 일을 못해요” 하고 돌아앉아 버린다. 정말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역전 노숙자들 사이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진 여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 인간이 무엇인가 하려고 해야 하는데 도무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려고 하니 아무 쓸데가 없다. 그래서 어떻게 정신을 바꿀 수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교육 밖에는 방법이 없겠구나 하고, 어렵지만 인내를 가지고 교육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면서 일을 하는 것은 부모님들도 그랬고, 모두가 하는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 라고 했습니다.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좋고, 또 내가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이니 일을 하세요. 냄새가 나서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니 목욕을 해요. 목욕 값을 줄 테니 목욕을 하고 와요. 목욕을 하면 사람들이 더 예뻐 하쟎아요. 그러니 목욕을 해요.“

인내를 가지고 오랫동안 권했다. 신기하게도 그는 목욕을 하고, 나에게 와서 “나 목욕을 했는데 예뻐요” 하는 게 아닌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혀를 내두른 여인이 교육을 하니 달라지고 새로워 진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후에 많이 달라졌다. 상을 차리면 숫가락도 놓고, 반찬도 놓는다. 사람이 괴으르고 나태한 것이나, 남에게 나쁜 인상을 주고, 악한 마음은 본래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의 탓인 것인 것을, 사역을 하면서 많이 보았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은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일이 귀하기에...

노숙자의 자살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 쳤는데
너는 마지막까지 웃어 보려고 했는데
결국 더럽게도 노숙자의 이름으로 화장해 버리고 말았구나

사회를 원망도 하지 않은 채
사업하다가 사기당한 것도 자기 잘못이라고
집에서 쫓겨난 것도 자기 잘못이라고 쓴웃음을 웃더니
결국 농약을 마셔 버리고 시골 폐가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었구나

최진실은 인기 연예인이라고
텔레비전에서 연일 추모한다고, 예쁜 얼굴 비춰주고 있는데
너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가마니에 싸인 채로 시골 쥐들과 함께 억울하게 죽음을 택했구나

삭아 내린 육신으로 걸을 수 없는 다리를 끌고 다니더니
수술 한 번 제대로 받아 보지도 못하고
진한 농약을 구해서 기구한 생을 마감했구나
이젠 그 흔들리던 다리로 억지로 걸을 필요도 없게 되었구나

노숙자의 자살은 개죽음이고,
돈 있고, 명성이 있는 잘생긴 여배우의 죽음은
악성 댓글에다 책임을 돌리고, 자살을 호화찬란하게 장식하는데,
너는 억울하게도 아무도 보아 주는 사람도 없이
결국 이름도 더럽게 '노숙자' 라는 이름으로 개처럼 죽었구나

최진실이던지, 노숙자던지
목을 매 죽었든지, 농약을 먹고 죽었든지
자살은 살인과 똑같은 생명의 존엄을 훼손하는 타살인데
유명 배우 자살을 찬양, 추모하는 사회로 잘못되어 가고
매스컴은 자살을 미화하고, 영웅화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자살은 죄악이거늘, 잘못이거늘,
교회도, 성당도, 사찰도 모두 벙어리가 되었고
훌륭한 어른들 누구 하나도 야단치는 사람도 없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여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알고 있는데
목숨 붙이고 산다는 것이 하루하루 기적이 되는구나!
자살한 노숙자, 불쌍한 노숙자 이한영아! 이제는 부디 편히 쉬어라.
(노숙자 이한영의 자살을 안타까워서 쓴 시)

 

장성우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31): 중부그리스도의교회와 노숙자 이야기(4)

 

꽃미남 소설가 소재원이 TV에 출연해 노숙자, 장애, 자살시도 등으로 어두웠던 과거 자신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영화 ‘비스티보이즈’의 원작인 ‘나는 텐프로 였다’의 작가로 알려진 소재원은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원망 때문에 방황하며 보낸 어린 시절의 사연을 고백한다.

소재원은 지체장애 3급인 아버지가 창피해서 아버지와 항상 멀리 떨어져 다녔다고 한다. 또한 빚보증으로 인해 모든 수입이 차압당했던 당시 6개월 동안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던 시절을 밝혔다. 이런 어린 시절 극한의 가난은 아버지에 대한 증오로 이어졌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늘 안고 살았던 소재원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자살시도를 습관적으로 계속 하게 되었고, 그 횟수가 30번이 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외로움에 알코올중독에도 빠졌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재원은 시각장애라는 시련까지 맞이하게 된다. 장애를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고 탓했던 소재원은 결국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 반항심으로 가출을 한 후, 노숙생활을 하며 지냈다. 거기서 소재원은 우연히 호스트바에서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고 호스트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일을 하며 우여곡절 인생 끝에 그는 결국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구김살 하나 없을 것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다사다난한 삶을 보낸 꽃미남 베스트셀러 작가 소재원의 사연이 방송되었다.

자식에게서 버림받은 노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숙인들을 만나보니, 별에 별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있다. 송진우(가명) 할아버지의 기막힌 사연이다. 어느 날 역전에서 85세 된 노숙인을 만나게 되었다. 송진우라는 할아버지는 하루하루를 얻어먹고 지내고 있는데 사정을 들어보니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이름 있는 집안에서 자라서 32년을 철도공무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을 했는데, 그 당시 연금제도가 되어 있지 않아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아서 고등학교 선생으로 있는 큰 아들에게 전부를 주고 동생들을 돌보라고 했다.

큰아들이 도박을 하여 돈을 다 날리고 빚더미에 앉아서 빚을 청산하느라고 있던 재산을 전부 날리고 노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기막힌 사연이다. 이 노인은 아들 세 명에 딸 두 명이 있는데, 둘째 아들은 책방을 하고 있고 셋째 아들은 법무사로 있다는 것이다. 딸 둘도 잘 살고 자가용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큰 딸에게 왜 부모를 돌보지 않느냐고 물으니 딸이 “우리 집은 신문에 날 집이예요. 나도 아버지를 모시지 못해요. 아버지도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고요”한다.

교회에 열심히 빠지지 않고 출석해서 세례를 받고 집사가 되고 남전도회장이 되었다. 교회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한다. 중부교회 성도들은 열심히 교회생활을 하는 그를 존경했다. 이젠 800만 원짜리 전세에서 살고 계신다. 사회가 메말라져서 부모도 모실 줄 모르는 각박한 사회가 되어서 늙은 부모가 노숙자로 살아가는 사회가 아프다. 그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면서 우리가 삶을 가꾸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일로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노인들의 복지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여 노년을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복지사회가 되어야 하겠다.

버려진 슬픈 군상群像  

ktx 떠난 역전
칼바람이 세차게 내리고
담요 한 장으로

노숙인은
누구의 죄를 대신 지고 가는가
사회의 죄인가, 자신의 죄인가

저주할 힘마저 잃어버린
버려진 영혼 찬 바닥 한기
몸속에 스며들면 사지는 얼고
원망도 미움도 없는 초점 잃은 눈동자 슬프다

사랑까지
짓밟고 넘어간 공허
혼자 외롭게 누운 역전 거리

희망 떠난
슬픈 별 되어
쑤시고 아픈 상처 보듬어
쭈그리고 눈치 보며 길거리에서 잠을 잔다.

 

장성우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32): 중부그리스도의교회와 노숙자 이야기(5)

 부활(김효숙)

김홍영(가명) 형제는 중소기업체 사장이었는데, I.M.F로 사업체가 부도가 나서 갈 곳 없이 떠도는 노숙자이다. 과거에는 중소기업 사장이었는데, 빚쟁이가 되니 갈 곳도 쉴 곳도 없는 초라한 인생이 되어 역전에서 술에 고주망태가 되어 만났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과거에 서로 관계하던 사람도 많고, 같이 사업하던 사람도 많이 있는데, 도와 달라고 그러지 왜 노숙자가 되느냐고 묻는다.

어느 연예인이 이혼을 하고 병에 걸려서 누구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막상 부도가 나고 그동안 쌓았던 사업체가 무너지니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가정에서 조차 냉대를 받으면 뛰쳐나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얼굴을 숨기고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내가 역전에서 정신없이 앉아 있는 그를 만나서 “왠, 술을 대낮부터 먹고 이러십니까?” 하고 가까운 우동 집에서 우동을 나누자고 했더니 “나는 별 볼일 없는 놈입니다. 모두가 나를 버렸습니다. 나는 쓰레기입니다.” 술에 만취가 되어서 더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서 가까운 홈니스에 가서 재우고 다음날 이야기 하자고 했다.

이튼 날 술이 깬 후에 죄송하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서 도저히 재기할 수가 없어 이렇게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다시 일어서라고 격려하고 택배회사에서 일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어 보니, 직장이 있으면 어떤 것이든지 하겠다고 했다. 사실 많은 노숙자를 택배회사에 취직을 시켜보면 밤새도록 멀리서 부쳐오는 무거운 책상이나, 쌀을 나르다가 얼마 못가서 못한다고 하기에 사람을 시험해 보는 데는 이곳이 적격이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다시 부탁을 해서 꽃이나 작은 것을 배달하는 곳으로 옮겨서 일하다가 지금은 작은 식당을 경영하고 가정에 들어가서 열심히 살고 있다. 어려울 때 실 낫 같은 희망을 주면 그 사람이 재기할 수 있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노숙자는 도저히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한다. 누구나 이런 지경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나가서 떠돌게 된다. 그리고 죽고 싶은 생각 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어려움을 당하는 한 여인을 만났는데 고생을 해서 바짝 마르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신앙으로 위로하고 도와주었더니 금방 힘을 얻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빚진 사람에게 탕감시키는 시스템과 병든 사람을 입원시키는 시스템이 있고 노숙자를 보호하는 시설도 많이 있는데, 과거에는 병들고, 빚지면 막막하게 살 길이 막막하여 노숙자로 방황하던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속히 서민을 위한 복지시설을 확충하여 노인들이 병들어도 진료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요양원을 만들어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이 돈이 없어도 자유롭게 공부하는 학자금 대여제도를 개선해서 공부하려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겠다.

내가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것은
허무하고 쉴 곳 없는
힘들고 아파하는 영혼
어깨동무해 주라는 것 난 잘 압니다

내가 살고 있는 것은
허허벌판에
외로운 허수아비
공허한 가슴 사랑을 심으라는 것임을 압니다
내가 살고 있는 것은
잠깐의 나그넷길
답답하고 고달픈 인생
흐르는 눈물을 씻어 주라는 것임을 난 압니다

내가 살고 있는 것은
지쳐서 쓰러져 있는 순간
주님이 찾아와 사랑해 준 것처럼
상처로 찢기고 할퀸 영혼
소망을 심으라는 명령인 줄 잘 압니다
내가 살고 있는 것은
칠흑 같은 어둠 후엔
반드시 새벽이 온다는
하늘의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을
고달픈 이 땅의 삶이 종말이 아닌
영원으로 가는 길목임을 전하라는 것임을 난 잘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