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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1-26 09:10
韓流와 기독교
 글쓴이 : 조동호
조회 : 2,999  
韓流와 기독교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입력 : 2007.01.25 22:45, 조선일보

‘한자문화권’에서 강호동양학(江湖東洋學)의 최고수는 누구인가? 강단동양학(講壇東洋學)의 고수들은 선진국인 일본에 포진해 있지만, 강단을 벗어나 일반 민초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강호의 고수는 대만에서 활동하는 남회근(南懷瑾) 선생이다. 올해 90세가 되는 남 선생은 유불도(儒佛道)와 문사철(文史哲)에 그야말로 달통한 양반이다. 현재 한자문화권을 대표하는 석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중반에는 사천(四川)성의 아미산에 들어가 3년 동안 폐관(閉關) 수련을 경험한 도인이기도 하다. 이런 물건(?)은 중국에서도 수백 년 만에 나올까 말까 한 인물이다.

남회근은 ‘논어강의’(송찬문 번역)에서 유불도를 이렇게 비유했다. “불가(佛家)는 백화점과 같다. 수많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구경하다가 물건을 사도 좋고, 안 사도 되지만 사회는 백화점을 필요로 한다. 도가(道家)는 약방과 같다. 병이 나지 않으면 안 가도 되지만, 병이 나면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도가에는 병가(兵家), 종횡가(縱橫家), 천문, 지리가 모두 포함돼 있다. 유가(儒家)는 양곡가게와 같다. 공맹사상은 우리가 매일 먹어야 하는 식량과 같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그렇다면 기독교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남 선생은 기독교에 대해서는 노코멘트이다. 중국은 기독교가 그렇게 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일본과는 달리 기독교가 왕성한 나라이다. 동북아에서 한국처럼 기독교가 왕성한 나라는 없다. 한자문화권에서 기독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사색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나라는 한국인 것이다.

한국에서 그동안 기독교가 수행한 역할은 ‘종합대학’이었다고 여겨진다. 사람이 백화점에 가서 쇼핑도 하고 약방에도 가고, 쌀가게에도 가야 하지만, 대학도 다녀야 한다. 한국인은 대학을 다니면서 서양을 배웠다. 지난 100년간 기독교를 통해 서양의 언어, 의학, 건축, 미술, 연극, 오페라, 인권을 배우며 한국은 ‘천지개벽(天地開闢)’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나 보니 개벽은 기독교의 유입이었다. 아시아를 휩쓰는 한류(韓流)의 밑바탕에는 기독교라는 대학이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조용헌 살롱] 韓流와 기독교